경계선 지능 부모교육 · 경독상담

경계선 지능 자녀를 키우며
부모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경계선 지능 아이를 키우며 부모가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아이의 모든 것을 바꾸려 하지 마세요

경계선 지능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을 만나면 자주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부모가 너무 많은 책임을 자신의 몫으로 가져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공부가 늦으면 내가 더 가르쳐야 할 것 같고,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면 내가 친구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고, 아이가 상처를 받으면 그 상처까지 부모가 해결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부모는 지칩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해줘야 할까요?”

저는 이 질문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사랑은 아이에게 무엇이든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내가 해줘야 하는 것과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을 구별하는 것, 그것이 아이가 성장할수록 더 중요한 부모의 역할이 됩니다.

느린 아이에게도 자기만의 세계가 있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를 생각할 때 우리는 쉽게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아이도 자기 생각이 있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입니다.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있습니다. 친구에게 서운한 일도 있고, 부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일도 있습니다. 사춘기가 되면 좋아하는 친구가 생길 수도 있고 외모 때문에 고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표현이 서툴면 부모는 자꾸 대신 해석합니다. “네가 속상해서 그런 거지?” “그 친구가 너를 싫어하는 것 같아?” “엄마가 선생님한테 이야기해줄게.” 부모에게는 사랑이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말해볼 기회가 사라지는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경계선 지능 아이에게는 말을 잘하는 부모보다 잘 들어주는 부모가 필요합니다.

부모가 ‘정답을 주는 사람’에서 ‘질문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라는 말은 부모가 말을 많이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반대입니다. 아이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라는 뜻입니다.

“오늘 학교 어땠어?”라고 물었는데 아이가 “그냥”이라고 대답했다고 해봅시다. 부모가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물을 수 있습니다.

이런 질문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가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답을 찾아보게 한다는 것입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에게 이 과정은 특히 중요합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반응을 듣고, 다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학습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히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너는 이 아이가 왜 이렇게 했다고 생각해?” “네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비슷한 일이 너에게도 있었어?”라고 묻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듣는 것. 제가 말하는 ‘경독’의 핵심도 여기에 있습니다.

좋은 환경은 비싼 환경이 아닙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좋은 치료를 받아야 하나? 더 좋은 학원을 찾아야 하나? 무언가를 더 시켜야 하나?

저는 좋은 환경을 조금 다르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좋은 환경은 아이가 자주 웃는 환경입니다. 집에 들어왔을 때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실수했다고 부모의 얼굴부터 살피지 않아도 되는 곳, 모르는 것을 물어도 창피하지 않은 곳,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 누군가 재미있게 들어주는 곳. 그런 집이 아이에게는 훌륭한 발달 환경입니다.

좋은 자극도 반드시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아빠와 산책하기, 엄마와 장보기, 함께 요리하기, 도서관 가기, 보드게임 하기, 버스를 타고 낯선 동네에 가보기, 가족여행에서 직접 주문해보기. 이 모든 것이 아이에게는 세상을 배우는 경험입니다. 특히 경계선 지능 아이에게는 설명으로 열 번 배우는 것보다 직접 경험한 한 번이 오래 남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서 멀어지는 것을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아이의 세상입니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조금씩 달라집니다. “싫어.” “내가 할 거야.” “엄마는 몰라.” “내가 알아서 할게.”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럽습니다. 특히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이런 순간은 더 불안할 수 있습니다. ‘네가 뭘 알아서 한다는 거야.’ ‘엄마가 안 도와주면 또 실패할 텐데.’ 그래서 부모가 다시 아이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성장의 방향은 반대입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부모는 조금씩 뒤로 물러나야 합니다. 어릴 때는 손을 잡아주어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 걸어보게 해야 합니다. 넘어질 것 같다고 계속 손을 잡고 있으면 넘어지지는 않겠지만 혼자 걷는 법도 배우지 못합니다.

아이의 “내가 해볼게”를 부모가 기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아이의 서른 살을 생각합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를 만날 때 저는 지금의 시험점수만 보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아이가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출근 준비를 하고, 직장에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신이 번 돈으로 좋아하는 것을 사고, 주말이면 취미생활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 밥을 먹고, 힘든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알고,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자기 일상으로 돌아오는 사람. 저는 그런 모습을 상상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최종 목적이 ‘남들보다 잘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없어도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목표 아닐까요?

그래서 초등학교 시기와 청소년기의 양육 목표도 조금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릴 때는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성장할수록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약점을 모두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강점을 발견해 자기 삶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가능합니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대신 해결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이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믿어주는 것. 친구와 문제가 생겼을 때 당장 학교에 전화하지 않고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는 것. 아이가 실수했을 때 “그러니까 엄마가 뭐랬어”라고 말하지 않는 것. 조금 서툴게 하더라도 스스로 해볼 시간을 주는 것. 그리고 필요할 때만 손을 내미는 것.

경계선 지능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이것이 훨씬 어렵습니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랑이 때로는 과도한 보호가 됩니다. 그러나 부모가 평생 아이보다 하루 더 산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결국 우리가 가르쳐야 하는 것은 ‘엄마가 해결해줄게’가 아니라 ‘너도 해결할 수 있어. 필요하면 내가 도와줄게.’라는 경험입니다.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것만 합시다

저는 부모님들에게 이 말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만 해주세요. 부모라고 해서 모든 것을 해줄 수는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가능한 만큼이 있고, 부모의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이 있습니다. 시간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가 바꿀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아이의 모든 약점을 없애줄 수 없습니다. 아이 대신 친구를 사귈 수도 없습니다. 아이 대신 공부할 수도 없습니다. 아이 대신 사랑할 수도 없고, 아이 대신 직장생활을 할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될 모든 실패와 상처를 부모가 막아줄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저는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평온을 비는 기도(Serenity Prayer)」를 떠올리게 됩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 라인홀드 니버, 「평온을 비는 기도」

저는 이 기도가 경계선 지능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필요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 부모가 바꿀 수 있는 환경과 관계는 용기를 내어 바꾸는 것. 그리고 가장 어려운 것은, 그 둘을 구별하는 것.

아이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느라 부모와 아이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지 말고, 오늘 부모가 바꿀 수 있는 것에 힘을 쓰자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는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도 바꿀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습관도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와 책을 읽고 대화하는 하루 20분도 만들 수 있습니다. 실패한 아이에게 어떤 표정을 보여줄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너를 믿는다.”라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자신을 믿어주면서도 자기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씩 놓아주는 부모인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손을 영원히 잡아주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 언젠가 그 손을 놓아도 아이가 자기 발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 저는 그것이 우리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아주 큰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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