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지능 부모교육 · 경독상담

경계선 지능 아이의 친구 사귀기,
사회성도 가르쳐야 배웁니다

사회성은 마음씨만 좋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관계에 필요한 행동을 가르쳐야 배웁니다.
“우리 아이는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왜 친구 관계가 오래가지 못할까요?”

경계선 지능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공부만큼이나 많이 걱정하는 것이 친구 관계입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같이 놀고 싶고, 친구에게 인정받고 싶고, 단짝 친구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마음처럼 잘되지 않습니다.

친구가 장난으로 한 말을 진짜로 받아들여 화를 내기도 하고, 같이 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서 상대가 싫어하는데도 계속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자기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거나, 반대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있기도 합니다.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울거나 화를 내고, 아예 관계를 끊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부모는 걱정합니다. “우리 아이는 원래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인가?” 저는 그렇게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경계선 지능 아이에게 사회성은 ‘알아서 터득해야 하는 능력’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하는 능력’인 경우가 많습니다.

“눈치가 없어”라고 말하기 전에

경계선 지능 아이는 평균적인 또래보다 사회적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친구의 표정, 말투, 몸짓을 동시에 살피면서 이런 판단을 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몇 초 만에 이루어지는 일처럼 보이지만, 느린 아이에게는 꽤 복잡한 과정입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흔히 한마디로 표현합니다. “눈치가 없어.”

하지만 눈치가 없는 것과 사회적 단서를 아직 잘 읽지 못하는 것은 다릅니다. 못하는 것이라면 혼낼 일이 아니라 가르쳐야 할 일입니다.

1. 먼저 감정의 이름부터 가르쳐 주세요

사회성의 출발은 친구가 아닙니다. 자기 마음을 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아이가 화를 냅니다. “왜 화났어?” “몰라!” 이때 우리는 아이가 말하기 싫어서 대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화가 난 것인지’, ‘서운한 것인지’, ‘창피한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정의 언어를 가르쳐야 합니다. “화났어” 하나에서 시작해서 속상해, 서운해, 억울해, 부끄러워, 걱정돼, 외로워, 질투 나, 기뻐, 뿌듯해처럼 조금씩 감정 단어를 늘려주는 것입니다.

감정 일기를 쓰는 것도 좋습니다. 길게 쓰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 → 그때 든 감정 → 내가 한 행동, 이 세 가지만 부모와 함께 이야기해도 충분합니다.

2. 친구의 마음을 ‘추측하는 연습’을 시켜주세요

친구 관계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느린 아이에게 “친구 입장에서 생각해 봐.”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여주면서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도 연습합니다. 친구가 뒤로 물러났다면 ‘계속 다가가도 될까, 잠깐 멈추는 게 좋을까?’, 친구가 대답을 짧게 하고 다른 곳을 보고 있다면 ‘계속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이제 그만하고 싶은 걸까?’ 이렇게 사회적 신호를 하나씩 알려주는 것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3. “친구랑 잘 지내”가 아니라 행동을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부모가 흔히 말합니다.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 그런데 느린 아이에게는 너무 추상적인 말일 수 있습니다. ‘사이좋게’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셜 스킬(social skills)입니다. 사회성은 마음씨만 좋다고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관계에서 필요한 행동을 알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4. 역할극으로 미리 연습해 보세요

저는 경계선 지능 아이들에게 역할극이 특히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상황이 벌어지고 난 뒤에는 아이가 감정적으로 흥분해 있기 때문에 새로운 행동을 배우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연습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친구 역할을 해봅니다. “나도 같이 놀아도 돼?” “싫어.” 여기서 멈추고 물어봅니다. “친구가 싫다고 했어.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가 “몰라.”라고 하면 선택지를 줍니다.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지 함께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꿉니다. 아이가 친구 역할을 하고 부모가 아이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반복하면 실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행동의 ‘대본’이 아이 안에 조금씩 만들어집니다.

5. 갈등이 생겼다면 정답부터 알려주지 마세요

친구와 싸우고 온 아이에게 부모는 해결책을 빨리 알려주고 싶습니다. “내일 가서 사과해.” “그 친구랑 놀지 마.” 그러나 가능하면 아이가 해결책을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해결책을 하나만 찾지 말고 여러 개 생각해 봅니다. “사과할 수도 있고.” “선생님께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친구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볼 수도 있고.” 그중에서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는 조금씩 배웁니다. 문제가 생겼다고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6. 친구를 많이 만들어주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는 아이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래서 친구가 많은 환경에 일부러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있는 환경은 오히려 느린 아이에게 너무 많은 사회적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게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한 명 또는 소수의 친구와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미술, 레고, 독서모임, 보드게임, 운동처럼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작은 모임에 참여하게 해보십시오. 중요한 것은 친구 숫자가 아닙니다. ‘친구와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는 경험을 갖는 것입니다. 한 명의 좋은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경험이, 열 명의 친구 사이에서 계속 실패하는 것보다 아이에게 훨씬 좋은 사회성 학습이 될 수도 있습니다.

7. 잘하는 것을 통해 친구를 만나게 해주세요

저는 이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친구 관계가 어려운 아이에게 계속 “친구 좀 사귀어.” “친구들하고 어울려.”라고 요구하면 아이는 관계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신 아이가 잘하거나 좋아하는 활동 안에서 친구를 만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림을 좋아하면 미술 활동에서, 레고를 좋아하면 만들기 활동에서, 축구를 좋아하면 운동에서, 책을 좋아하면 독서모임에서 친구를 만나게 해주세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면 대화를 시작할 소재가 생깁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공간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도 조금 쉬워집니다.

8. “하지 마”보다 “이렇게 해보자”

느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의 말에 ‘하지 마’가 많아집니다. “친구 귀찮게 하지 마.” “그렇게 말하지 마.” “화내지 마.” “자꾸 따라다니지 마.” 그런데 아이 입장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알았지만, 대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바꾸어야 합니다.

금지보다 대안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사회성 교육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가르치는 것보다 ‘대신 할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9. 학교 선생님과 함께 도와주세요

사회성은 집에서만 가르칠 수 없습니다. 실제 친구 관계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은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담임교사에게 아이의 특성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학교에서도 같은 표현과 방법으로 지도해 주도록 부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에서는 “친구가 싫다고 하면 멈추자.”라고 배우는데 학교에서도 같은 원칙을 사용한다면, 아이가 훨씬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친구 사귀는 방법을 열심히 가르치다 보면 한 가지를 놓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자존감입니다. 친구 관계에서 계속 실패하는 아이는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애들이 나를 싫어해.” “나는 이상한가 봐.” “나는 친구를 못 사귀어.” 이 생각이 굳어지는 것이 저는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친구 문제로 힘들어할 때 바로 해결책부터 이야기하기보다 먼저 마음을 들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왜 그렇게 했어?”보다 “많이 속상했겠다.”, “네가 친구랑 잘못 지내니까 그렇지.”보다 “친구하고 잘 지내고 싶었는데 마음대로 안 돼서 힘들었구나.”라고 말해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사회적 기술을 가르쳐주는 부모도 필요하지만, 실패했을 때 돌아와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부모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통해 사회성을 가르칩니다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는 경독상담과 연결됩니다. 경독은 책을 많이 읽히는 독서법이 아닙니다. 독서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듣는 것, 즉 책을 통해 아이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책은 사회성을 연습하기에도 참 좋은 공간입니다.

그림책 속에서 친구가 혼자 울고 있습니다. 부모가 묻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아이가 말합니다. “슬퍼.” “왜 슬플까?” “친구가 같이 안 놀아줘서.” 조금 더 물어봅니다. “네가 옆에 있다면 뭐라고 말해주고 싶어?” 아이가 생각합니다. “같이 놀자고 할래.”

바로 이것이 사회성 연습입니다. 다른 사람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추측하고, 상황을 이해하고, 내가 할 행동을 생각하고, 그것을 말로 표현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이가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학교에서 그런 적 있는데….” 그때부터는 책을 덮어도 좋습니다. 이제 책 속 친구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마음을 들어야 할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친구 사귀기도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사회성을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크면 알아서 하겠지.” “친구들하고 놀다 보면 배우겠지.” 물론 많은 아이들은 그렇게 배웁니다. 그러나 경계선 지능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습득되지 않는 사회적 기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르쳐주면 됩니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부모님들이 그 반복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느린 아이에게 반복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배우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사회성 교육의 최종 목표도 친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상대방의 마음을 존중하며, 관계 속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하게 해결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사회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 아이가 친구 문제로 힘들어한다면 이렇게 시작해 보십시오. “왜 친구랑 또 싸웠어?”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엄마 아빠가 들어볼게.”

사회성 교육은 어쩌면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아이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부모가 아이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것이 제가 경독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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